전체 글201 SPHEREx 전천탐사 (오픈사이언스, 초분광, 황도광) 우주 지도를 만드는 망원경이 데이터를 '즉시 공개'한다면, 그게 오히려 과학의 발전을 늦추는 건 아닐까요? 저는 학부 시절 이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WISE 데이터를 붙들고 성간 물질 밀도 모델링을 하던 저는, 데이터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논문 한 편에 수개월을 쏟아야 했거든요. 그 경험이 있었기에, SPHEREx가 전천 데이터를 매주 단위로 공개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오픈사이언스: 데이터 공개가 과학을 바꾸는 방식SPHEREx는 2025년 3월 발사 이후 현재 저궤도(LEO)에서 전천 탐사를 수행 중입니다. 여기서 LEO란 고도 약 400~ 2,000km 사이의 지구 저궤도를 뜻하며, 대기 저항의 영향을 받는 대신 발사 비용이 낮고 통신 지연이 짧.. 2026. 5. 26. NASA 루시 탐사선 (플라이바이, 트로얀 소행성, 공학적 한계) 솔직히 저는 대학원 시절까지만 해도 지상 관측으로도 충분히 소행성의 성분을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NASA의 루시(Lucy) 탐사선이 2025년 4월, 소행성 도널드조한슨(Donaldjohanson)을 약 960km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며 보내온 이미지들을 보고 그 믿음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12년 동안 11개의 소행성을 훑는 이 미션은, 인류가 태양계 형성의 '화석'을 직접 해부하는 첫 번째 시도입니다.지상 관측의 한계, 그리고 플라이바이가 바꾼 것일반적으로 지상 망원경으로도 소행성의 성분 분석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상당히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학부와 대학원 시절, 행성역학 및 소행성 궤도 분광학 연구실에서 목성 트로얀(Jupiter Trojan) 소행성군.. 2026. 5. 25. 드래곤플라이 (타이탄 비행, 전생물학, 로터크래프트) 대학원 시절 저는 질소 가스로 모사한 고밀도 대기 환경 안에서 축소형 로터 블레이드의 공력 특성을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그때 계산기를 두드리며 막연히 상상했던 천체가 바로 타이탄이었습니다. 그 타이탄을 실제 로터크래프트가 날아다니는 시대가 2034년에 열립니다. NASA의 드래곤플라이 미션이 그 주인공입니다.타이탄 비행이 왜 가능한가 — 지구보다 훨씬 유리한 물리 조건화성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의 비행 영상을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 미션은 공학적으로 극한의 싸움이었습니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 미만에 불과해, 로터가 분당 2,500회 이상 회전해도 겨우 떠오르는 수준이었으니까요.타이탄은 그 반대입니다. 대기 밀도는 지구의 약 4배이고, 표.. 2026. 5. 24. 보이저 탐사선 (헬리오스피어, 레거시 위기, 성간 데이터) 대학원에서 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 데이터를 다루던 시절, 저도 처음엔 보이저 1호가 보내오는 신호가 이 정도로 미약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구에서 240억 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곳에서 초당 수십 비트 수준의 데이터를 쥐어짜 보내는 탐사선 하나가, 지금도 성간우주에서 관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이저 1·2호가 가진 의미와, 우리가 아직 제대로 짚지 못한 진짜 위기를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헬리오스피어 너머, 인류 최초의 성간 측정보이저 1호는 2012년, 보이저 2호는 2018년에 각각 헬리오스피어(Heliosphere)를 벗어났습니다. 헬리오스피어란 태양풍과 태양 자기장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보호막으로, 쉽게 말해 태양이 우주 공간에 불어넣는 입자와 에너지가 닿는 영역의 경계입니다. 이 .. 2026. 5. 24. 파커 솔라 프로브 (알펜 임계 표면, 코로나 가열, 스위치백) 저는 연구실에서 태양풍 데이터를 처음 다루던 시절, 태양을 직접 관측한다는 게 얼마나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인지 몰랐습니다. 1 AU, 즉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이미 수많은 우주 매질과 상호작용을 거친 뒤라 원형이 심각하게 뭉개져 있었습니다.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가 2024년 12월 24일 태양 표면에서 불과 380만 마일, 즉 약 9.86 태양 반경 거리까지 진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이제야 제대로 된 원본 데이터를 볼 수 있겠구나"라는 감각이었습니다.알펜 임계 표면,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일반적으로 파커 솔라 프로브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시속 43만 마일이라는 속도나 2,600°F를 버텨낸 열방호 시스템(TP.. 2026. 5. 23. 베누 소행성 샘플 (선택 편향, 불완전 혼합, 우주 풍화) 저는 개인적으로 운석 연구만으로도 태양계의 기원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OSIRIS-REx 팀이 베누(Bennu) 소행성의 샘플 분석 결과를 Nature Astronomy와 Nature Geoscience에 연달아 발표하는 걸 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그 연구가 던지는 세 가지 물음, 즉 우리가 가진 운석 데이터의 한계, 초기 태양계 원반의 실제 모습, 그리고 소행성 표면이 변해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운석 데이터베이스에 숨어 있던 선택 편향저는 대학원 때 머치슨(Murchison) 운석을 NanoSIMS 50L 이온 마이크로프로브로 분석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여기서 NanoSIMS 50L이란 나노미터 수준의 공간 분해능으로 동위원소 조성.. 2026. 5. 23. 이전 1 2 3 4 5 6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