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를 통과하던 순간, 저는 처음으로 '내가 오염원이구나'라는 감각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반도체 공장 클린룸 견학 때의 일이었는데, 안내 엔지니어가 던진 한마디가 지금도 귓가에 맴돌 정도입니다. "이 방의 오염 90% 이상은 인간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걸어 다니는 미생물 배양기입니다." 그 말이 국제 우주 정거장(ISS) 미생물 연구 결과를 접했을 때 다시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항생제 내성이 우주에서 강해진다면
ISS에서 이루어진 미생물 연구 중 제가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러시아 로스코스모스(Roscosmos)의 BioRisk-MSV 연구 결과였습니다. 우주 정거장 내외부 표면에서 채취한 균을 장기간 분석한 결과, 미생물들이 우주 환경에서도 생존하고 번식 능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antibiotic resistance)까지 획득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항생제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현상으로, 지상에서도 슈퍼박테리아 문제로 매년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문제는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 이 과정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상에서는 자외선(UV)이 균을 억제하고 환기가 농도를 희석하지만, ISS 내부에는 그런 자연적인 완충 장치가 없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클린룸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공기 흐름 자체가 완전히 통제되기 때문에 한 지점에서 발생한 오염이 의외로 넓게 퍼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우주선에서는 그 오염이 미생물의 '진화 실험실'이 되는 셈입니다.
또한 Microbial Tracking-2 연구에서는 우주 정거장 표면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분석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특정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 전체를 의미합니다. 94종의 진균 균주와 96종의 세균 균주를 전장 유전체 시퀀싱(whole-genome sequencing)으로 분석한 결과, 표면 미생물의 대부분이 인간 피부에서 유래한 스태필로코커스(Staphylococcus)와 말라세지아(Malassezia)였습니다. 전장 유전체 시퀀싱이란 생물체의 DNA 전체를 한꺼번에 해독하는 기술로, 기존 배양 방식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미생물까지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클린룸 엔지니어의 말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야말로 미생물을 달고 다니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장기 우주 미션에서 승무원이 감염에 걸렸을 때 지상의 항생제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저는 단순히 약을 더 많이 챙겨가는 방식보다, 미생물이 내성을 키울 수 없도록 환경 자체를 설계하는 방향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ISS Boeing Antimicrobial Coating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 연구는 우주선 표면에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코팅을 적용해 항생제에 의존하지 않고 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출처: NASA).
우주 미생물 관리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무중력 환경에서는 피부 각질과 호흡에서 나온 입자가 가라앉지 않고 공기 중에 부유하여 구석구석 침투한다.
- 항생제 내성 획득 속도가 지상보다 빠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장기 미션에서 의료 대응 능력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 표면 마이크로바이옴의 90% 이상이 탑승자 피부 유래로, 인간 자체가 가장 큰 오염 변수다.
전방 오염, 우주를 탐사할 자격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우주 정거장 외부 표면과 개방 우주 공간에서도 살아있는 세균이 확인됐다는 Roscosmos의 TEST 연구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우주는 무균 진공이라는 상식'이 제 머릿속에서 조용히 무너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심지어 선외 활동 중 수거한 우주 먼지 샘플에서 육상 세균과 해양 세균이 검출되었는데, 이 균들이 지구 상층 대기에서 전기적 흐름을 타고 올라왔거나 우주 기원일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전방 오염(forward contamination) 문제를 더 이상 이론적 논의로만 둘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전방 오염이란 지구에서 출발한 탐사선이나 우주인이 목적지 행성에 지구의 생명체를 옮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사실 지구에서 묻어간 스태필로코커스였다면, 그 순간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는 허망한 해프닝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제 경험상 아무리 철저한 에어 샤워와 방진 처리를 거쳐도 사람이 들어가는 순간 균이 따라 들어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공간이 화성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Myco 연구는 또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 연구는 비행사의 피부와 호흡기에 부착된 진균이 알레르겐(allergen), 즉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로 작용할 수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연구 결과, 지루성 피부염과 관련된 진균의 상대적 풍부도가 증가했고, 특정 효모균이 비행 전부터 일부 승무원 피부에 존재했다가 폐쇄 환경에서 급속히 증식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우주비행사의 피부 진균 마이크로바이오타(skin fungal microbiota) 변화를 시계열로 추적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이 결과는 향후 장기 미션 승무원 선발과 건강 관리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출처: JAXA).
제가 비판적으로 보는 지점은 현재의 살균 패러다임입니다. 미생물을 무조건 죽이거나 배제하는 방식은 오히려 내성을 가진 균만 살아남아 더 강해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유익균과 그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설계하여 장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이 개념을 우주 환경에 적용한다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익한 미생물을 전략적으로 우주선 내에 배치하는 '우주 생태계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균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주 미생물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를 탐사할 자격은 먼 별에 닿을 기술을 가진 것만으로 충족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함께 데려가는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에 대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를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SS에서 진행된 수많은 미생물 연구들은 결국 그 질문에 대한 준비 과정입니다. 지금 당장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보다, 그 사람과 함께 가는 미생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쪽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클린룸 견학 이후 제가 계속 품어온 질문이 이제는 인류 전체의 숙제가 된 것 같아, 묘하게 반갑기도 하고 묵직하기도 합니다.
참고: https://www.nasa.gov/missions/station/iss-research/monitoring-microorganis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