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4월 19일, 저는 새벽부터 화면 앞에 앉아 JPL(제트추진연구소) 컨트롤 룸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습니다. NASA의 인제뉴이티 헬기가 화성에서 첫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는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고작 1.8kg짜리 헬기 한 대가, 인류 역사를 새로 쓰는 장면을 목격한 것입니다.
설계 한계를 가볍게 넘어버린 72번의 비행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인제뉴이티의 임무 계획서를 봤을 때, 저는 '30일 안에 5번 비행'이라는 목표가 꽤 소박하다고 느꼈습니다. 화성 대기 밀도가 지구의 1%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솔직히 5번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인제뉴이티는 2024년 1월 18일 마지막 비행까지 총 72회, 누적 비행 시간 약 128.8분, 총 비행 거리 17.0km를 기록했습니다. 목표 대비 약 14배를 초과 달성한 셈입니다(출처: NASA JPL).
이게 가능했던 핵심은 로터(Rotor) 설계에 있습니다. 여기서 로터란 헬기 상단에 달린 회전 날개를 말하는데, 인제뉴이티는 희박한 대기에서 양력(Lift)을 얻기 위해 이 로터를 분당 2,400회 이상, 즉 2,400 RPM으로 회전시켜야 했습니다. 양력이란 날개가 공기를 밀어내면서 생기는 위로 뜨는 힘인데, 대기가 얇을수록 같은 양력을 얻기 위해 더 빠르게 회전해야 합니다. 지구에서 일반 헬기가 450~500 RPM 수준으로 날아다닌다는 점과 비교하면, 그 기술적 난이도가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 감이 옵니다.
제가 드론을 날려본 경험이 있는데, 바람 한 번 불면 자세 잡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인제뉴이티는 대기 자체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최고 고도 24.0m, 최고 속도 초속 10m/s까지 기록했습니다. 자율 비행 제어 알고리즘(Autonomous Flight Control Algorithm)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자율 비행 제어 알고리즘이란 기체가 스스로 자세와 방향을 계산해 보정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뜻합니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통신 지연이 최대 24분에 달하기 때문에, 사람이 실시간으로 조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인제뉴이티가 남긴 기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총 비행 횟수: 72회 (당초 목표 5회 대비 약 14배 초과)
- 총 비행 거리: 17.0km
- 최고 비행 고도: 24.0m
- 최고 속도: 초속 10m/s (시속 약 36km)
- 누적 비행 시간: 약 128.8분
공중 정찰대가 된 헬기, 그리고 SkyFall이 열 다음 장
제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지점은 사실 비행 기록 자체보다 '역할 전환'에 있습니다. 처음에 인제뉴이티는 순수한 기술 시연(Technology Demonstration)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기술 시연이란 새로운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지 확인하는 초기 검증 단계를 말합니다. 그런데 5번의 비행을 성공시킨 이후, NASA는 임무를 운영 시연(Operations Demonstration) 단계로 전환했습니다.
이 전환이 왜 중요하냐고요? 인제뉴이티가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보다 먼저 지형을 정찰하는 '에어 스카우트(Air Scout)'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입니다. 로버는 바퀴로 이동하기 때문에 절벽이나 모래 지형에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구역이 생깁니다. 인제뉴이티는 이런 구역을 공중에서 미리 촬영하고 경로를 제안해, 탐사 효율을 실질적으로 높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선발대' 역할이 전체 미션의 안전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인제뉴이티가 보여준 실제 데이터만 봐도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그리고 이제 인류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NASA가 발표한 차세대 미션 SkyFall은 인제뉴이티의 성과를 기반으로, 여러 대의 헬기를 화성에 투입해 인류의 착륙 후보지를 스카우팅하고 지하 수빙(Subsurface Water Ice), 즉 지표면 아래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물을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최근 NASA가 차세대 로터 블레이드를 마하 1(Mach 1), 즉 음속을 돌파하는 수준으로 테스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출처: NASA).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인제뉴이티의 마지막 비행에서 로터 블레이드 일부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화성의 불규칙한 지형과 예측 불가한 모래 폭풍이 여전히 큰 변수라는 방증입니다. 차세대 SkyFall 헬기에는 탄소 섬유 복합 소재(Carbon Fiber Composite)처럼 충격을 분산하면서도 유연성을 유지하는 소재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제뉴이티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숫자가 아닙니다. '날 수 없다는 선은 우리가 스스로 그은 것'이라는 사실을 72번이나 증명해 보인 것, 그것이 진짜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화성 탐사는 바퀴의 시대를 넘어 날개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SkyFall 미션의 결과가 공개될 때, 저는 또다시 화면 앞에 앉아 그 순간을 기다릴 것 같습니다. 화성 탐사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NASA의 공식 미션 페이지에서 인제뉴이티의 비행 일지를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숫자 너머의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훨씬 생생합니다.
참고: https://science.nasa.gov/mission/mars-2020-perseverance/ingenuity-mars-helicop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