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정전을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여름 밤, 낙뢰 한 방에 동네 전체가 암전되는 걸 겪었습니다. 마감 직전 문서 작업이 날아갈 뻔한 그 순간의 공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달 표면에서 전력이 끊긴다면 어떨까요. 작업이 날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산소 공급 장치가 멈추는 이야기입니다.
달에서 태양광이 통하지 않는 이유
지구에서는 날씨가 나빠도, 밤이 되어도 콘센트를 꽂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달은 다릅니다. 달의 하루는 지구 기준으로 약 29.5일인데, 그중 절반은 완전한 밤입니다. 그 시간 동안 태양광 패널(Solar Panel)은 단 1와트도 생산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태양광 패널이란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를 말하는데, 빛이 없으면 원천적으로 작동이 불가능합니다.
화성은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수개월씩 이어지는 행성 규모의 모래 폭풍이 태양광을 완전히 차단해 버립니다. 실제로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2018년 모래 폭풍으로 인해 태양광이 차단되면서 영구적으로 교신이 끊겼습니다. 고작 탐사 로버 하나도 버티지 못한 조건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기지를 태양광만으로 운영한다는 건, 솔직히 이건 처음부터 무리한 그림이었습니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NASA와 미국 에너지부(DOE)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핵분열 표면 전력(Fission Surface Power) 프로젝트입니다. 핵분열(Fission)이란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핵이 둘로 쪼개지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으로, 원자력 발전의 원리와 동일합니다. 이 시스템은 날씨도, 햇빛도, 대기 조건도 전혀 상관없이 24시간 연속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출처: NASA).
40킬로와트와 열 방출, 이 숫자가 핵심인 이유
NASA와 DOE가 목표로 잡은 출력은 40킬로와트(kW)입니다. 이 숫자, 얼마나 큰 걸까요. 일반 가정의 평균 소비 전력 기준으로 따지면 약 30가구를 10년 동안 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양입니다. 달 기지의 산소 발생기, 온도 조절 시스템, 통신 장비, 탐사 로버 충전소를 동시에 가동하기에 충분한 수치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원자로를 달에 보내자"는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기술의 선택 방향에 있습니다. 2018년 KRUSTY 실험, 정식 명칭으로는 킬로파워 리액터 스털링 기술 실험(Kilopower Reactor Using Stirling Technology)에서는 고농축 우라늄(HEU) 연료가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서 고농축 우라늄이란 핵무기에도 쓰일 수 있을 만큼 정제된 연료를 의미하는데, 발사 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봤을 때, 이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DOE는 2020년 저농축 우라늄(LEU) 기반 원자로 설계가 고농축 방식과 비슷한 무게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저농축 우라늄이란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이는 수준으로 정제된 연료로, 핵무기 전용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이 전환 결정은 발사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 핵 기술과의 협업 가능성을 크게 넓혔다는 점에서 저는 이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복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열 방출(Heat Dissipation) 문제입니다. 지구에서는 공기와 물로 원자로의 폐열을 식히지만,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복사(Radiation), 즉 열을 적외선 형태로 우주 공간에 내보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방사판(Radiator)이라는 대형 패널이 필요한데, 이 방사판의 부피와 무게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줄이느냐가 2030년대 초 달 표면 실증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입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주요 기술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8년: KRUSTY 실험으로 스털링 엔진(Stirling Engine) 기반 핵분열 발전 가능성 최초 검증. 여기서 스털링 엔진이란 온도 차이를 이용해 기계적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로, 원자로의 열을 전기로 바꾸는 핵심 부품입니다.
• 2020년: DOE, 저농축 우라늄(LEU) 원자로가 고농축 방식과 유사한 무게로 동일 성능 가능함을 확인
• 2022년: NASA와 DOE, 민간 기업 3곳의 핵분열 표면 전력 시스템 설계 개념안 최종 선정
• 목표: 2030년대 초 달 표면 40킬로와트급 시스템 실증 완료
우주 원자로 폐기 프로토콜, 지금 당장 논의해야 합니다
10년 동안 가동된 원자로가 수명을 다한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이 질문이 가장 불편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어디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없습니다.
달 표면에 방사성 폐기물이 그대로 남겨진다면, 이는 미래 세대의 달 탐사에 실질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은 달 탐사의 평화적 이용과 자원 공유 원칙을 담고 있지만,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구체적 기준은 아직 명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르테미스 협정이란 미국 주도로 2020년 체결된 다국간 우주 탐사 협력 규범으로, 현재 30개국 이상이 서명한 국제 합의입니다(출처: NASA Artemis Accords).
제가 직접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을 때, 방사성 폐기물을 달 지하 깊숙이 매립하거나, 수명 종료 후 우주 공간으로 사출하는 방안 등이 이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방법도 아직 국제적 합의나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40킬로와트짜리 원자로를 달에 보내기 전에, 그 원자로의 마지막을 어떻게 책임질지도 설계 단계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술의 속도가 제도의 속도를 앞질러서는 안 됩니다.
정전이 몇 시간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달 기지에서의 전력 공백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핵분열 표면 전력 프로젝트가 인류의 우주 상주를 가능하게 할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데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그 기술이 진정한 정당성을 얻으려면, 가동 이후의 책임까지 설계 안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아르테미스 협정 내에 우주 핵폐기물 처리 기준이 조속히 제도화되기를 너무 너무 기대합니다. 달 탐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NASA의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최신 개발 현황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장 드립니다.
참고: https://www.nasa.gov/exploration-systems-development-mission-directorate/fission-surface-power/
https://www.nasa.gov/artemis-ac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