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서 마시는 수돗물이 사실은 공룡 시대부터 돌고 돌아온 물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렇다면 우주에서 소변을 걸러 만든 물을 마신다는 것이 정말 이상한 일일까요? 작년 여름, 수도관 파손으로 하루 종일 단수가 됐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봤습니다. 큰 대야 하나에 받아둔 물로 세수를 하고, 그 물을 다시 바닥 청소에 쓰는 상황이 됐을 때, NASA가 왜 98%라는 숫자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하루 단수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주의 배경
그날 저는 작은 아파트 안에서 나름의 '자원 배분 시스템'을 즉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먹는 물, 세안용 물, 화장실 용수를 철저히 분리하고, 세안 후 버리는 물조차 변기 용수로 전환했습니다. 당시에는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바로 ECLSS(Environmental Control and Life Support System, 환경 제어 및 생명 유지 시스템)의 지상 버전이었습니다. ECLSS란 우주정거장에서 공기, 물, 온도 등 승무원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유지하는 통합 시스템을 말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는 지구에서 물을 보급받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로켓에 실리는 1킬로그램당 수백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 한 방울을 낭비하는 것은 곧 막대한 자원의 손실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NASA는 ECLSS 안에 Water Recovery System(물 회수 시스템)을 구축했고, 승무원의 소변, 땀, 심지어 호흡에서 발생하는 수분까지 포집해 재사용합니다. 승무원 한 명이 하루에 필요한 물은 약 3.8리터(1갤런)로, 식수와 식품 조리, 양치질 등에 소비됩니다(출처: NASA).
이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BPA(Brine Processor Assembly, 염수 처리기) 도입 이후입니다. BPA란 소변에서 1차 증류를 마친 뒤 남겨지는 염수(Brine), 즉 물기가 남아 있는 고농도 폐액에서 마지막 수분까지 쥐어짜내는 장치를 말합니다. 특수 막(membrane) 기술로 염수를 통과시킨 뒤,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를 불어 넣어 증발을 유도하고, 그 습기를 다시 포집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읽으면서 월말마다 남은 잔돈을 파킹통장에 넣어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제 습관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습니다. 집요함이라는 면에서 정말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93%에서 98%로, 단 5%의 차이가 만드는 것
숫자만 보면 5% 차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그럴까요?
BPA 도입 전, ISS의 총 물 회수율은 약 93~94%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BPA가 추가되면서 98%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ECLSS 수석 관리자 Jill Williamson이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제가 이 수치에서 주목한 것은 단순히 숫자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화성까지 편도로만 6~9개월이 걸리는 심우주 탐사에서, 보급선이 도달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이 5%가 생존 가능 일수를 직접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입니다.
ECLSS의 물 회수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UPA(Urine Processor Assembly, 소변 처리기): 진공 증류 방식으로 소변에서 수분을 1차 추출합니다. 진공 증류란 낮은 압력 환경에서 액체의 끓는점을 낮춰 증발을 유도하는 기술로,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BPA(Brine Processor Assembly, 염수 처리기): UPA에서 나온 염수의 잔여 수분을 특수 막과 온풍으로 추가 포집합니다. 이 장치가 93%대였던 회수율을 98%까지 끌어올린 핵심입니다.
- WPA(Water Processor Assembly, 물 처리기): 모든 수원에서 포집된 물을 여러 단계의 필터와 촉매 반응기(catalytic reactor)로 정화합니다. 촉매 반응기란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을 이용해 물 속의 미량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장치입니다. 최종적으로 요오드(iodine)를 첨가해 미생물 번식을 억제한 뒤 저장합니다.
그 결과물이 지상 수돗물보다 깨끗한 수질이라는 점은,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재활용'이라는 단어는 품질 저하를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WPA가 생산하는 물은 지상의 일반 수처리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원리를 따르지만, 더욱 엄격한 센서와 재처리 루프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출처: NASA Johnson Space Center).
비판적으로 보자면, 98%가 인상적인 수치임에도 남겨진 2%의 손실은 여전히 숙제입니다. 수년 이상이 걸리는 화성 왕복 임무에서 2%의 누적 손실은 결국 비상용 물을 별도로 탑재해야 한다는 부담이 됩니다. 소행성의 얼음을 채굴하거나, 기체 상태로 손실되는 미세 수분까지 포집하는 완전 폐쇄 루프(Zero-loss Loop) 기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주 기술이 지구로 내려온다면
그렇다면 이 기술이 우주에서만 의미를 가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물 부족 문제는 이미 지구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연중 최소 한 달 이상 심각한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ISS의 BPA와 WPA 기술은 이동식 정수 시스템, 혹은 도심 지하에 설치하는 소형 고효율 정수 플랜트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NASA가 개발한 우주 기술이 지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핀오프(Spin-off), 즉 부수적 기술 파급 효과로 이어진 사례는 이미 메모리폼 침대 소재나 정수 필터 등에서 검증된 바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그건 너무 먼 미래 이야기 아니냐"는 반응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봅니다. 단수 하루 만에 물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꼈던 그날처럼, 기술의 필요성은 항상 불편함 앞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NASA가 소변 한 방울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시스템을 완성한 것처럼, 지구에서도 같은 집요함이 필요한 시점이 이미 왔는지도 모릅니다.
98%라는 수치는 단순한 공학적 성과를 넘어, 인류가 지구 밖에서도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입니다. 화성 탐사든 지구의 물 위기든, 결국 핵심은 같습니다. 가진 자원을 얼마나 집요하게, 끝까지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작년 여름 대야 하나로 하루를 버텼던 그 경험이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이유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쓰는 물의 몇 퍼센트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