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폐된 회의실에서 몇 시간씩 회의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묵직해지고 말이 잘 안 나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예전에 창문 하나 없는 회의실에서 집중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4시간쯤 지났을 때 전두부가 둔하게 아파오면서 사고가 느려지는 걸 체감했습니다. 당시에는 '당이 떨어졌나' 싶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내뱉는 숨 속에 쌓인 이산화탄소, 즉 CO2였습니다.
CO2 제거 기술: 문을 열 수 없는 곳에서의 생존 공학
저는 그 회의실 사건 이후에 CO2 농도 측정기를 직접 설치해봤습니다. 놀랍게도 실내 농도가 2,000ppm을 훌쩍 넘고 있었습니다. 지상 기준으로 1,000ppm 미만이 권장 수치인데, 이미 그 두 배였던 셈입니다. 저로서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문만 닫혀 있어도 이렇게 빠르게 올라가는구나 싶었고, 이 경험이 우주선이라는 극단적인 밀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우주선 내부에서 CO2를 제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ISS에서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CDRA(Carbon Dioxide Removal Assembly)입니다. 여기서 CDRA란 제올라이트(zeolite) 결정 소재를 이용해 CO2를 물리적으로 흡착한 뒤, 진공 상태에서 가열해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는 재생형 제거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지구의 나무와 식물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인데, 소모품 없이 전력만으로 운용되는 폐쇄 루프 방식이라는 점이 장거리 임무에 적합합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방식이 LiOH, 즉 수산화리튬(Lithium Hydroxide)을 이용한 화학 흡착입니다. LiOH란 CO2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탄산리튬(Li₂CO₃)이라는 무해한 고체로 변환시키는 물질로, 아폴로 시대부터 우주선 내 백업 시스템으로 활용되어 온 검증된 기술입니다. 단순하고 신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강점이지만, 한 번 쓰면 끝인 일회용이라서 장기 미션에서는 질량과 부피 부담이 커집니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TAS(Thermal Amine Scrubber)라고 불리는 열 재생식 아민 흡착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열 재생식 아민 흡착이란 아민 계열 소재가 CO2를 흡수한 뒤, 가열을 통해 CO2를 방출하고 다시 흡착 가능한 상태로 돌아오는 방식을 말합니다. 하루 최대 3.7kg의 CO2를 제거할 수 있고 수분 회수율도 97%에 달해 효율 면에서 한 단계 진보한 기술로 평가됩니다.
이 세 가지를 놓고 볼 때, 각 시스템이 상황에 따라 어떤 강점을 가지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DRA: 재생형 제올라이트 흡착 방식. 장기 임무에 적합하나 부피가 크고 정비가 필요함
- LiOH: 일회용 화학 반응 방식. 비상 상황에 매우 강하나 소모성 질량이 단점
- TAS(아민 스크러버): 열 재생식 흡착 방식. 높은 효율과 수분 회수가 강점이나 시스템이 복잡함
화성 탐사처럼 지구로부터 물자 보급이 불가능한 장기 미션에서는 재생 가능한 시스템이 필수겠지만, 비상시 LiOH처럼 단순하고 즉각 작동하는 백업의 존재감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호흡증과 환기 설계: 수치 뒤에 숨겨진 현실
CO2의 위험을 단순히 "농도가 높으면 나쁘다" 정도로 이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자료를 들여다볼수록 그 맥락이 훨씬 복잡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과호흡증(hypercapnia)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과호흡증이란 혈중 CO2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두통, 호흡 곤란, 인지 능력 저하 등을 유발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증상이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지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주에서는 체액 전이(Fluid Shift), 즉 중력이 없어 체액이 머리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뇌압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에 CO2가 가중되면 뇌혈관 확장 효과가 더해져 지상의 안전 수치라도 실제로는 훨씬 강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지상에서 2,000ppm에 멍하게 앉아 있었던 저와, 미세중력 속에서 같은 농도에 노출되는 우주비행사는 생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상황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NASA-STD-3001 표준은 1시간 평균 CO2 분압(ppCO2)을 3 mmHg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출처: NASA 인간 우주비행 표준). 그런데 ISS 2호부터 31호 탐사(Expedition 2~31)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우주비행사의 38.7%가 두통을 경험했고 두통 발생률을 1% 미만으로 유지하려면 7일 평균 CO2 농도를 2.5 mmHg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현재 기준이 '생존'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승무원의 최적 퍼포먼스를 보장하기엔 다소 느슨하다는 시각도 있는 셈입니다.
아폴로 13호 사고는 이 모든 논의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970년 산소 탱크 폭발로 생명 유지 장치가 손상된 상황에서, CO2 수치는 14.9 mmHg까지 치솟았습니다. 달 착륙선에 있던 LiOH 카트리지는 형태가 달라 사령선의 것을 그대로 쓸 수 없었고, 결국 비닐봉지와 덕테이프로 즉석 개조를 해야 했습니다. 이 사건이 가르쳐준 가장 냉혹한 교훈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시스템도 다른 모듈과 호환이 안 된다면 위기 앞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NASA-STD-3001의 [V2 9001] 인터페이스 공통성 요건이 단순한 설계 지침이 아니라 생사의 문제라는 걸 이 사고가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환기 설계의 중요성입니다. 우주정거장에서 팬(Fan)이 고장 나면 우주비행사 얼굴 주변에 눈에 보이지 않는 CO2 주머니(CO2 Pocket)가 형성됩니다. CO2 Pocket이란 공기 순환이 막혀 특정 지점에 CO2가 집중되는 현상으로, 전체 평균 농도는 정상이어도 해당 구역에서 국소적으로 과호흡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회의실 구석 자리에서 유독 심하게 두통을 느꼈던 것도 어쩌면 이 원리와 무관하지 않았을 겁니다(출처: NIOSH 이산화탄소 노출 기준).
흥미로운 것은, 이 문제를 기계만으로 풀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주비행사의 식단에서 탄수화물 비율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면 호흡지수(RQ)가 낮아지면서 CO2 배출량 자체가 줄어듭니다. RQ(Respiratory Quotient)란 신체가 소비한 산소 대비 배출하는 CO2의 비율로, 값이 낮을수록 같은 활동량에서 CO2를 덜 내뿜는다는 의미입니다. 하드웨어의 무게와 전력 소모가 극도로 제한되는 우주선 환경에서 식단이라는 '소프트웨어적 해법'은 공학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CO2 관리는 결국 장치 하나의 성능 문제가 아닙니다. 승무원의 대사 활동, 운동 스케줄, 식단, 환기 흐름, 시스템 간 호환성까지 모두 맞물려 돌아가는 통합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화성 탐사처럼 지구와의 교신에 최장 24분이 걸리는 환경에서는, 지상의 도움 없이 승무원 스스로 이 모든 변수를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현재 3 mmHg로 설정된 기준이 그 환경에서도 충분한지, 저는 여전히 보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지구에서 공짜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당연함이 얼마나 정교한 공학적 노력 위에 서 있는지는 밀폐된 공간에서 머리가 아파봐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매 순간 들이마시는 공기 한 모금은, 수십 년간의 실패와 수정을 거쳐 지금도 계속 개선 중인 기술의 결과물입니다. 저처럼 단순한 회의실 두통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분이라면, 환기 설계와 CO2 기준치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기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공학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nasa.gov/ochmo-tb-004-carbon-dioxide-2/
https://www.cdc.gov/niosh/index.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