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만 열면 해결될 문제가, 창문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어느 겨울, 하루 종일 환기 한 번 못 한 채 작은 방에 갇혀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오후가 되자 이유 없는 두통과 눈의 피로감이 밀려왔고, 집중력은 바닥을 쳤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공기는 단순한 기체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 가지 물질이 섞인 복잡한 혼합물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문제를 창문 하나 없는 우주 공간에서 해결하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오염원, 에어로졸(Aerosol)의 정체
제가 그날 방에서 느꼈던 답답함의 원인은 산소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에어로졸(Aerosol) 농도가 높아진 탓이었습니다. 에어로졸이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초미세 고체 및 액체 입자를 통칭하는 말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호흡기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옷감에서 떨어지는 보풀, 승무원의 땀방울, 개인 위생용품 사용 중 발생하는 입자, 레이저 프린터나 운동 기구에서 나오는 미세 분진까지,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이 모든 것이 배출구 없이 누적됩니다. 지상에서는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만, 우주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탑재된 장비가 APM(Airborne Particulate Monitor)입니다. APM은 선내 공기 중 에어로졸의 농도와 분포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장비로, 어떤 활동이 얼마나 많은 입자를 발생시키는지, 현재 필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줍니다. 제가 당시 방에서 이런 장비 하나만 있었더라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즉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ochii가 바꾼 것: 실시간 분석이 곧 생존이다
과거에는 ISS에서 채취한 입자 샘플을 지구로 보내 분석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지구와 가까운 저궤도에서도 그런데, 화성 탐사처럼 지구와의 교신 지연이 20분 이상 벌어지는 심우주 환경에서는 사실상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미지의 입자가 기계 장치에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승무원의 호흡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분석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사치가 아니라 위협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Mochii입니다. Mochii는 소형 주사 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으로, 주사 전자현미경이란 전자빔을 시료 표면에 주사하여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구조를 고배율로 관찰하는 장비를 말합니다. 기존에는 대형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던 장비를 ISS 선내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소형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Mochii의 성능 검증 방식이었습니다. 연구팀은 화성에서 온 운석을 지상에서 먼저 분석한 뒤, 동일한 샘플을 우주에서 Mochii로 다시 분석해 결과가 일치하는지 비교했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한 기능 테스트를 넘어, ISS 환경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한 실질적인 신뢰성 검증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작동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지상과 동등한 분석 품질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미션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즉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고 회복하는 능력은 심우주 탐사의 핵심 조건입니다. Mochii는 그 능력을 공기질 분야에서 처음으로 실현한 장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CO2 농도의 역습: 브레인 포그는 실제로 옵니다
제가 그날 오후 경험한 증상들, 즉 두통, 눈의 피로, 급격한 집중력 저하는 사실 산소 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CO2) 농도 상승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학적으로 이를 '브레인 포그(Brain Fog)'라고 부르며, 실내 CO2 농도가 1,000ppm을 넘어서면 인지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고 2,000ppm 이상에서는 두통과 호흡 불편감이 명확히 나타납니다. 일반 실외 공기의 CO2 농도는 약 420ppm 수준입니다(출처: 미국 해양대기청(NOAA)).
ISS에서 CO2 관리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현재 사용 중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Four Bed CO2 Scrubber가 테스트되었습니다. 이 장비는 흡착제(Sorbent)를 이용해 CO2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스템 대비 전력 소모가 적고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서 흡착제(Sorbent)란 기체나 액체를 표면에 흡착하거나 내부에 흡수하는 소재를 말하며, 마치 스펀지처럼 특정 물질만 골라 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제가 보기엔 한 가지 숙제가 남습니다. 전력 효율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질량(Mass)'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주 발사 비용은 kg당 수천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장비 무게는 곧 예산과 직결됩니다. 이 점에서 Thermal Amine Scrubber처럼 아민(Amine) 계열 유기화합물을 이용한 방식이나, 나아가 미세조류 같은 생물학적 필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ISS 내 공기질 관리 핵심 기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NITA-2: 33종의 미량 오염 물질을 분광학(Spectroscopy) 기반으로 자동 모니터링
- APM: 에어로졸 농도 및 분포 실시간 측정
- Mochii: 소형 SEM을 이용한 미세 입자 현장 분석
- Four Bed CO2 Scrubber: 저전력 이산화탄소 포집 시스템
- Thermal Amine Scrubber: 아민 계열 유기화합물 기반 CO2 제거 장치
OGA와 수소 센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위험한 문제
산소 공급 과정에서도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ISS의 산소 발생 시스템(OGS, Oxygen Generation System)은 전기분해(Electrolysis)를 이용해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합니다. 전기분해란 전류를 흘려보내 물 분자(H₂O)를 수소(H₂)와 산소(O₂)로 분해하는 화학 반응으로, 이 과정에서 얻은 산소는 승무원이 호흡하는 데 쓰이고, 수소는 선외로 배출하거나 CO2와 재결합시켜 물로 되돌립니다. 자원 순환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수소가 선내로 유입될 경우입니다. 수소는 폭발 위험성이 매우 높은 기체로, 농도 4% 이상에서 점화 시 폭발이 발생합니다. 현재 사용되는 수소 감지 센서는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정밀도가 떨어지는 결함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OGA H2 Sensor Demo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습도 변화에 강하고 장기 안정성이 높은 새로운 센서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시스템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항상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화려한 분석 장비보다, 수소 감지 센서 하나의 정밀도가 ISS 전체의 안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분야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온 부분이었습니다. NASA가 OGA H2 Sensor Demo를 통해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현재 시스템의 취약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기도 합니다(출처: NASA).
이 기술들은 우주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지하철, 병원 수술실, 핵발전소 제어실처럼 환기가 제한된 지상의 폐쇄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ANITA-2의 분광학(Spectroscopy)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은, 여기서 분광학이란 빛의 흡수와 방출 패턴을 분석해 물질의 종류와 농도를 파악하는 기법을 말하는데, 이 방식이 지하 공간이나 노인 요양시설 같은 환경에 도입된다면 공기질 관련 건강 사고를 사전에 막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건 창문을 열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사치입니다. 저도 그날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연구들이 얼마나 절박한 필요에서 출발했는지 체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음번에 밀폐된 공간에서 왠지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안 된다고 느껴지신다면, 그 원인이 CO2일 수 있습니다. 환기를 먼저 해보시고, 관심이 생기셨다면 실내 CO2 모니터 하나 들여놓는 것도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nasa.gov/missions/station/iss-research/science-in-space-august-4-2023-spacecraft-air-quality/
https://www.noaa.gov